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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여행

북촌 한옥 마을

 주말을 맞아 북촌 한옥 마을에 다녀왔다.

 안국역을 나와서 북쪽으로 계속 걷다보니 재동초등학교가 나오고, 바로 옆에 작은 안내소가 보였다. 그곳에서 지도를 살피며, 둘러볼 것을 정한 뒤 한옥 마을 나들이에 나섰다.

독특하고 예쁘게 꾸며진 재동초등학교 뒷골목 담장

 재동초등학교 뒷골목으로 따라 들어가다보니, '낙고재'라는 한옥 건물이 나온다. 한옥마을에서 처음만난 한옥집이었는데, 대문에 현판이 걸려 있어서 어떤 집일까하고 궁금해했지만,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한참을 밖에서 구경만하다가 지나왔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북촌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한옥 민박집이라고 한다.



북촌 한옥 마을에서 제일 먼저 만난 '낙고재'

 한옥마을에 처음 찾아와서 낯설어서인지는 잘 몰라도, 이름에서 풍겨오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았다. 웬지 한옥 마을이라고 하면,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마을 전체가 고풍스러운 기와집들로만 들어차있고, 곧 쓰러질 것 같은 아주 오래된 한옥집이 여기저기 늘어 있을 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한옥마을을 찾아다니며 느낀 것은,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새로 지은 한옥집 투성이라고할까...
 
 그나마도 한옥집만 쭉 늘어서 있는 곳이 얼마 없고, 중간중간 양옥집 사이 사이에 한옥집이 불편하게 끼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한참을 걷다 보니 조금 익숙해졌는지 이 곳에서도 여기저기 볼거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옥이 밀집해 있는 골목을 흑백으로 찍어보았다

 이 곳 한옥마을에는 1900년대 초에 살았던 유명인들의 생가터 및 고택이 보전되어 있기도 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문득 한 골목에서 눈에 띄는 대문의 글씨가 보였다.

'인촌선생고택'

 바로 인촌 김성수의 생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고려대의 설립자이자, 동아일보의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삭제사건으로 동아일보의 강제 폐간을 당하는 등 독립운동자로 알려졌지만 최근들어 붉어진 친일 의혹등으로 인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생가가 이 곳에 있었다. 대문 위로 솟아 나온 나무 한그루가 멋들어진 것이 꽤 재력이 있는 집안의 건물이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관련 검색 : Daum 백과 사전 '인촌 김성수')

인촌 김성수의 고택


 김성수의 고택을 지나서 다시 한옥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골목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예쁜 장면들을 찍기 위해 모인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단체로 출사를 나온 것 같았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단체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가는 길을 따라 천천히 골목골목을 살펴보면서 한옥 마을에 조금씩 빠져들어갔다. 처음에 느꼈던 낯설었던 감정이 어느 새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한옥 마을 이곳 저곳을 향해 셔터를 누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옥 마을의 골목 풍경들

 골목 구경을 마치고 큰 길가로 나오자 또 예쁜 한옥 한채가 기다리고 있었다. 평행선으로 꾸며놓은 담장이 예뻐서 사진을 찍다보니 그냥 평범한 한옥이 아니라 미술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앤제이 갤러리'라는 미술관이었는데, 이 날은 아무 전시도 하지 않은 듯 예쁜 한옥만이 마당을 활짝 열어 놓고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한옥을 미술관으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독특한 것 같았다.
 
 사실 이 곳 북촌 한옥 마을에는 이 곳을 제외하고도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와 박물관 등이 많이 몰려 있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올 한해 '박물관100주년' 기념으로 운영중인 이벤트 '박물관100번 가기'와 맞물려서 가족들과 함께 이 곳 한옥마을에 있는 박물관을 쭉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관련 사이트 : 박물관100주년 기념 블로그, 국립중앙박물관 Daum블로그, 국립중앙박물관 네이버블로그)

한옥으로 지어진 '원앤제이 갤러리'



예쁘게 꾸며진 한옥집의 담장들

 한옥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면, 집의 담장을 저마다 예쁘게 꾸며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경복궁이나 창덕궁 등 궁궐을 찾아다니다 보면, 궁궐 담장을 예쁘게 꾸며놓은 것을 보고 우리 옛 조상의 멋스러움에 감탄을 하곤 했는데, 이곳 한옥마을에서도 한옥에 어울리는 예쁜 담장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예쁜 담장에 둘러싸인 한옥집을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이렇게 예쁜 한옥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시간이 허락되어 한옥마을을 다시 찾게 되면, 이 곳에 있는 숨겨진 볼거리들을 더 많이 찾아볼 생각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립박물관에도 가보고, 전통 찻집에 들려서 차도 마셔보고, 멋진 구도를 찾아서 오래두고 볼만한 멋진 사진도 찍어 보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이 곳에서의 하루 주말 나들이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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