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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iary

되돌아갈 수 없는 먼 길에서...

 새벽 5시, 실험을 위해 집을 나섰다. 연구실에 오는 길에 문득 올려다본 하늘... 비가 오고나서 맑게 개인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을 보다 그만 숨이 막힐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밤하늘이었는데... 평생 밤하늘만 바라보며... 천문학을 연구하며 살아갈 줄 알았는데...

 내 어릴 적 꿈은 '천문학자'였다. 그냥 보면 모두 같은 별이지만, 모두가 제 각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기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인간과 별들이 존재하고 있는 우주, 이 모든 것들이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대상이었다.

 별들에도 수명이 있다는 사실을 안 날,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조차도 언젠가는 없어져 버릴 것이라는 사실이 커다란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어린 마음에 막연히 훌륭한 사람이 되면, 나중에 내가 죽어도 나의 흔적들이 남아서 먼 훗날까지 길이길이 남아 있을줄로만 알았었는데... 내가 살았던 흔적은 물론, 지구 상의 모든 것이 없어져 버리는 날이 온다는 사실은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애써 부정하려 읽던 책을 내던지고 그래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 펑펑 울다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병원에서 어머니께서 날 안고 계셨던 그 때가 여덟살이었다.

 그렇게 천문학은 나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고, 어느 정도 두려움을 극복한 후에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천문학'이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결국엔 나의 호기심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강했던 호기심마저 억누른 것은 현실이었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현재 나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해서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먼어야 한다고... 지금의 삶은 나에게 있어서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 이제라도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걸음을 와버려 이제는 돌아갈 길 조차 알지를 못한다.

 현실과 타협해버린 나는 결국 실패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