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Diary
담쟁이
더팬더
2010. 2. 14. 01:34
담쟁이
- 도종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모두들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서두르지 말고, 앞으로 나가면...
결국 그 벽을 넘을거야. 꼭!